[함께사는길 10월호 기고] 기후위기 재촉하는 태양광산업 죽이기

2022-12-09

집권 7개월 차에 들어선 정부가, 지난 2021년 10월 전 정부가 UN에 제출·발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 상향 확정에 따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순식간에 수정했다. 불과 10개월 만에 원전을 탄소중립에 중대하게 기여할 에너지로 둔갑시킨 것이다. 2030년 원자력 발전비중을 8.9% 포인트 높여 32.%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8.7%포인트 낮춰 21.5%로 역전시킴으로써 ‘탈원전 폐기, 원전 최강국 건설’의 깃발을 든 것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햇빛발전소 1호기 ⓒ함께사는길 이성수


세계의 근심 사는 한국 재생에너지 축소

전 세계가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새로운 경제성장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데, 이에 역행하는 정책 전환이 벌어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환경부는 지난 9월 20일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녹색도장’을 찍어준 일이다. 에너지 부문의 산업금융이 재생에너지에서 빠져나가 원전으로 몰리게 생겼다.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제도언론은 동조 일색이다. 이런 국내 정치, 언론 상황과 달리, 해외의 시각은 한국의 변화에 비판적이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총괄하는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대표가 지난 9월 중순 우리나라 한 언론사에 보낸 서한에는 우리 정부를 향한 강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는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수조 달러의 투자를 놓칠 위험이 있다.” 지난달 30일에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인 것에 대해 “한국의 장기 경제 전망을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379개의 글로벌 기업은 100%라는 명확한 메시지와 강력한 목표를 갖고 출발했고 현재 고강도 이행과정을 밟고 있다. 태양광 산업 죽이기에 자원해 동원된 제도언론들도 이 캠페인에 가입한 국내 22개 대기업과 가입을 주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만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고민의 정체는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 부족이다. 이 기업들의 전력사용량은 국내 총 전력수요의 약 13%에 달하는 수준인데 반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딱 절반인 6.5%에 불과하다.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9% 감축한 상태라 국내에서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다. 한국형 RE100에 가입한 200여 개의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더 딱하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무역장벽으로 등장한 시대,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은 무역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보여준 가능성 무시하는 정부

9월 20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년 만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이 사상 처음 20%를 넘어섰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4배 이상 증가한 것이고, 그중 태양광은 18배가 늘어난 수치다. 아직 발전량이 설비용량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목표가 명확하고 지원이 강력하다면 태양과 바람의 동력만으로 더 안전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결과다. 

10년 동안 꾸준하게 증가하고 성장한 태양광·풍력발전 산업에서 시민참여형 소규모 에너지협동조합은 이 성과를 이뤄낸 조연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요즘 태양광 업계에는 사업전망 대신 정부, 지자체를 향한 원망만 가득하다. 보수언론의 원전 확대 찬양과 시민햇빛협동조합 때리기를 등에 업고 서울시장이 지난 18개월 내내 시민햇빛협동조합, 햇빛발전산업계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다. 대통령도 나서서 ‘태양광 비리·카르텔’ 등 말의 전쟁을 시작했고 국무조정실은 대통령이 선단한 비리·카르텔 혐의를 사실로 추정하는 편파적 수사를 통해 실제의 비리 결과를 4.6배 부풀려 발표하는 등 재생에너지 때리기를 시전했다. 감사원도 새만금 태양광까지 감사태양광 죽이기를 선포했다. 서울은 물론 국가 전체에서 태양광산업계를 범죄집단으로 싸잡아 여론몰이를 하는 ‘굿판’이 벌어진 것이다. 태양광산업뿐 아니라 어떤 산업과 부문일지라도 비리가 있고 카르텔이 법 위에 선 행위를 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싸잡아 다 죽이기’ 식 굿판은 문제다.


토벌 말고 정상적 비리 사정을 하라

가장 큰 문제는 시민협동조합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행동에 나선 소형 햇빛발전소들이 유탄도 아닌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발전부지는 모두 자취를 감추었고 금융지원도 끊어졌다. 시민협동조합들에게까지 피해를 강요하는 사정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다. 

다른 심각한 문제도 있다. 토벌식 태양광 산업 비리 사정이 자칫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말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제조기업 중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이 중 대기업은 28.8%로 더 높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목표는 대폭 축소시킨 새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전 정권 태양광정책에 대한 토벌식 비리 사정과 겹쳐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될까 두렵다. 그 끝에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붕괴와 탄소중립 달성 실패의 그림자가 자라나고 있다. 

비리 사정은 비리가 있는 곳에서 엄정하게 행해야 한다. 시민들이 꾸린 재생에너지협동조합까지 사업기회를 잃게 만들고 수출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확보할 수 없게 만드는 사정은 사정이 아니라 산업 죽이기일 따름이다. 


| 김미현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원문보기 ☞ 환경전문잡지 월간 '함께사는길'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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