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사는길 8월호 기고] 한국형 RE100을 위한 제언

2022-10-19

한국형 RE100을 위한 제언

2022년 8월 11일 23:06 KFEM2000


올해 3월 말, 전 세계 209개국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가 나왔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발표한 『국제전력 리뷰 2022』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2021년 기준 10.3%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10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광을 더욱 급진적인 수준으로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년 전 대비 1% 증가, 2015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기록이지만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위를 차지한 덴마크는 51.85%인데 우리나라는 4.7%로 20위에 불과한 현실인데 반해 탄소배출은 614MtCO2으로 전 세계 8위에 올라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길은 여전히 멀다.    
 
문제는 신 정부의 정책이다. 신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해법을 원전 확대에서 찾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비중은 상향, 재생에너지 비중은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재생에너지원별 적정비중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전 정부가 국내·외에 선언했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원전비중 23.9% 하향, 재생에너지 30% 확충’ 정책을 퇴보시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원전이 가장 우수한 탄소중립 해결책인데 지난 5년의 탈원전 정책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며, ‘재생에너지 30% 목표는 과도하니 20~25%로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자처한 마당에 ‘합리적 조정과 적정비중’은 어떤 수준을 말하는 걸까. 지금 전 세계가 앞 다투며 뛰고 있는데 우리는 뒤로 뛰는 것이 정답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한국형 RE100의 현실

 
우리동네햇빛발전소가 한신대에 설치한 시민발전소 2호기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5년 전 세계가 주목한 온난화 시나리오는 ‘지구온도 1.5℃ 이내’를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글로벌 최대 이슈로 부상했고, 에너지전환은 지구촌 총력으로 대처해야 할 ‘숙명’이 됐다. 2050년 이내 탄소 순배출 제로를 향한 각국의 전 방위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선 2014년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감축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이 기업의 성장 동력, 나아가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손익계산을 마쳤고, 재생에너지 100% 충당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이 그것이다. 현재 373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100%를 달성한 기업도 60개 사에 이른다. 나머지 기업들도 소비전력의 절반 가까이 또는 그 이상을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RE100 가입은 이미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사활적 화두가 됐다. 재생에너지 전환 실적과 탄소감축 인증을 확인하는 RE100 성적표는 국제무역과 투자 결정의 주요 지표로 부상하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서 한참 뒤쳐진 우리 기업들에게 닥칠 RE100 리스크(수출 하락)를 경고하는 기관 보고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형 RE100(K-RE100) 추진을 법제화하기 이르렀고, 1년이 지났다. 
 
현재 한국에너지공단 K-RE100 신청기업은 126개 사로 확인된다.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국외기업 한국지사, 민간단체 등의 법인명이 망라되고 있지만 이들의 RE100 이행 내용은 거의 없다. K-RE100 이행수단인 △재생에너지 자체조달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녹색프리미엄 지불 △전력구매계약(제3자 PPA) 중 자본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녹색프리미엄 지불’ 방식을 제시한 기업 43개 사가 확인되는 정도다. 또한 이행목표연도를 제시한 기업은 38개 사로 확인되며, 대부분 2040년 이후를 선택하고 있었다. 
 
시작이 늦으니 달성이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글로벌 기준은 2030년 60%, 2040년 90% 이행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RE100에서 인정하는 친환경 발전원은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그리고 그린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로 정해져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입이 저조하다, 내용과 계획이 없다, 달성시기가 너무 늦다는 비판으로 기업들만 탓하며 독려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작년까지 우리가 보급한 상기 재생에너지 발전원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의 7.5% 수준으로 약 42.88TWh(테라와트시), 국내 전력 사용량 상위 30개 기업이 사용한 산업용 전력은 102.92TWh(테라와트시)로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 정부가 원자력발전 강화에 힘을 싣는 동안 우리 기업들에게 닥칠 RE100 리스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독일의 사례 그리고 우리 미래
 
독일 쉐나우 시민협동조합이 건설한 재생에너지 타운 Ⓒ함께사는길 이성수
 
결국 소비할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얼마큼 모으고 연결하는지가 RE100 이행 성패의 열쇠가 되는 셈인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 해법을 20년 동안 만들고,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지겨우리만큼 언급하는 환경 선진국, 독일의 경우다.
 
2021년 기준 독일 총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40.9%, 독일 전력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원 비중은 42%다. 그보다 앞선 1년 전 기준이지만 바이오매스, 수력 등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로 확대했을 때 그 비중은 44.6%(2020년 기준)로 상승한다. 2000년 관련 법 제정, 개정 단계에서 설정한 2030년 목표는 45%를 전망했었다. 10년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기후위기 속도가 예측보다 빨라지고 있는 이유가 클 것이다. 
 
돋보이는 점은 이 성과 중 개인 또는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태양광·풍력발전 비중이 2020년을 기점으로 전체의 약 51%, 절반을 웃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민, 농민들이 소규모 태양광사업에 빠르게 합류한 결과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력은 생활 단위 공급을 넘어 지역기업들에게까지 공급이 가능하게 하여 수익을 증가시키고 일자리 창출까지 연계되는 지역경제의 구심점으로 자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에너지경제의 선순환을 촉진시키는 기능도 발휘한다. 시민·농민들이 출자하여 만든 에너지협동조합이 독일 에너지전환의 견인차라 칭해도 과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에서 우위를 점하며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는 20여 년 전 독일정부가 「재생에너지법」과 「협동조합법」을 정비하여 민간 또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우선하는 제도로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들이 전통적 화석연료 발전소를 고려해 때때로 작동 중단을 하지 않아도 되게 했고(재생에너지 우선 발전), 20년 발전차액지원제도로 안전한 수익을 보장(안정적 발전수익 보장)해주니 누구나 관심을 갖게 되고, 시민발전소의 투자금 회수 보장으로 자본금이 부족해도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될 수 있었던 결과다. 소규모 태양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촘촘한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이고 협동조합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20여 년 동안 1000여 개의 협동조합, 20만 명에 이르는 시민 출자가 활발히 일어나 대기업의 재생에너지 참여까지 촉진시키는 역할도 했다. 마침내 2022년 4월 독일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수요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탄소중립을 성공시키겠다는 ‘국가 RE100’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적 자신감은 소규모 태양광에 집중하여 시민 발전 지원책을 만들고 협동조합으로 조직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RE100시민클럽과 시민 지지의 조직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 전념한 협동조합 10년 실적은 매우 초라하다. 2020년 기준으로 집계된 태양광발전사업 협동조합은 142개, 설치한 태양광발전소는 355기, 설비용량은 9MW. 비중이 저조하여 독일과 비교할 의미가 없는 결과다. 2018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며,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는 3020 정책 목표는 에너지협동조합에 희망을 주었다. 협동조합 중심의 소규모태양광의 목표는 2.7GW, 농가 태양광 목표는 10GW, 주택 건물 등 자가발전은 2.4GW가 목표였다. K-RE100에 기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목표였지만 신 정부의 원전 만능 에너지정책 아래에서는 이조차도 도달하기에는 너무 먼 수치가 되어 버렸다. 
 
에너지 주권은 시민에게 있다. K-RE100의 성공 또한 해법은 시민 발전의 확대에 있다. 소규모 태양광 확대가 더 규모 있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시장 확대의 열쇠다. 시민사회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에너지정책의 1순위로 인식해야 기후위기 대응도 RE100이라는 녹색에너지 수출장벽 대처도 가능하다. 시민의 동의, 시민의 인식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시민 스스로 발전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들은 2030년까지 1000개의 협동조합으로 확대하여 300만 명의 시민출자자를 조직하고 3GW 설비용량을 실현시키겠다는 ‘RE100시민클럽’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가 소극적이라면 국민이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의 지지가 미래를 여는 초석이다.
 
 
글 / 김미현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제작년월: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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