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틈새햇빛발전②] 시민이 만든 깨끗한 전기, 더 늘리려면

관리자
2024-01-10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학교 옥상 빌려주는데 딱히 돈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햇빛발전소 부지 사용을 허가해줬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학교부터 친환경 시설을 갖추는데 보탬이 됐으면 해서 두 번째 햇빛발전소 지을 땐 조합원으로 가입했죠."

서울 강북구 한신대학교 직원 임충 씨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2014년에 이어 올해 한신대 본관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지을 때 조합원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학교 측에 제안한 옥상 유휴부지 태양광 발전사업을 직접 검토한 담당자다.

유휴부지 태양광 발전사업을 검토하던 학교 측 담당자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 구성원이 된 한신대학교 직원.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수도권 에너지자립 꿈꾸는
시민들,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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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뉴스펭귄>이 한신대를 방문했을 때 옥상을 가득 채운 태양광 발전시설이 눈에 띄었다. 11년 전 서울의 에너지자립을 위해 시민들이 만든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우리동네햇빛발전)이 세운 발전시설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은 지금까지 한신대 옥상에만 총 165kW 규모의 햇빛발전소 3기를 설치했다. 이들의 의지에 자극을 받은 한신대는 얼마 전 기숙사 생활관 옥상에 자가형 태양광 발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김미현 우리동네햇빛발전 사무국장은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시민 주도의 에너지전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풀뿌리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공공 유휴부지 활용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 최근엔 국가 정책이 원전 중심으로 바뀌면서 공유지 허가가 어려워졌는데, 사유지 중에서도 공공성을 띠는 곳이 대학교라 한신대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동네햇빛발전은 2013년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출자금을 모아 서울 곳곳 유휴부지에 햇빛발전소 6기를 설치하고 이곳에서 만든 전력으로 수익을 낸다. 지난해 전체 햇빛발전소의 발전량은 262840kWh로 약 73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 셈이다.

시민들의 출자금으로 한신대학교에 설치한 햇빛발전소를 설명하는 김미현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서울을 기반으로 한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이 서울 강북구 한신대학교 옥상에 설치한 햇빛발전소 3기. (사진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안산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의왕햇빛발전)은 지난해 3월 경기 의왕시 내손체육공원 주차빌딩에 1221kW급 의왕햇빛발전소 2호기를 세웠다. 하루 최대 4시간까지 발전할 수 있는 의왕햇빛발전소 2호기는 연간 127546kWh 규모의 전기를 생산한다. 온실가스 54.1톤을 절감하고 40가구의 에너지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차빌딩 옥상에 이미 조성된 그라운드골프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둥을 높이 세워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었다. 취재진이 지난달 26일 현장을 찾았을 때도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을 그늘 삼아 그라운드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기 곳곳 유휴부지에 총 7기의 햇빛발전소를 세운 의왕햇빛발전은 지난해 1524mWh 규모의 전력을 생산했고, 이는 423가구가 쓸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안병노 의왕햇빛발전 사무국장은 "아무리 전기차가 친환경이라고 해도 충남 당진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발전소 때문에 고통받는다. 우리 동네만 깨끗해진다고 에너지전환이 아니라는 뜻인데, 다행히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조합원으로 함께하는 시민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왕햇빛발전 조합원은 약 1000명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의왕햇빛발전은 출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안병노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경제적 이익보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거의 기부한 셈"이라며 "그럼에도 출자금만으로는 새로운 햇빛발전소 건설이 어려워 시민펀드를 따로 받는다"고 말했다. 의왕햇빛발전소 2호기는 출자금과 시민펀드만 모집해 100% 시민들의 돈으로 지었다.

우리동네햇빛발전과 의왕햇빛발전은 발전수익금을 주로 융자나 시민펀드 상환에 지출하고 일부는 지역아동센터에 자가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등 에너지전환 기금으로 조성한다. 출자자들이 배당금을 위해서만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의왕햇빛발전소 2호기를 그늘 삼아 그라운드골프를 즐기는 의왕 주민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의왕햇빛발전소 2호기. (사진 안양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뉴스펭귄


RE100 약속 기업도
시민이 만든 전기에 주목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발전수익을 얻는 방식은 SMP(전력판매가격)과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로 나뉜다. SMP는 전력을 판매할 때 정해지는 전력 자체의 가격을 말하며, REC는 한전의 발전자회사 등 대규모 발전사업자나 RE100을 달성하기로 약속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1REC는 1000kWh이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 판매(SMP) 외에 REC를 추가로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햇빛발전소에서 한 달 5000kWh 규모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그만큼 한전에 자동으로 판매돼 수익을 얻는 동시에 5REC를 기업들과 거래할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는 우리동네햇빛발전과 의왕햇빛발전을 비롯한 전국 각지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생산한 REC를 구매해 제주 본사의 RE100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올해 연말에도 햇빛발전협동조합의 REC를 일괄 구매할 예정이다.

김미현 사무국장은 "RE100이 하나의 무역장벽이 되면서 압박감을 느낀 기업들이 REC에 주목하고 있다"며 "RE100 달성이 워낙 어려워 우리 같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REC를 구매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산 아래 한신대 옥상에 설치한 햇빛발전소.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같은 수도권 다른 정책

의왕햇빛발전소 2호기는 오직 시민들이 모은 자금으로만 세워졌지만, 이외에 군포햇빛발전소 1·2호기와 안양햇빛발전소 2·3호기 등은 경기도와 도내 지자체의 일부 도움으로 세워졌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도민참여형 에너지자립 선도사업'에 선정돼 경기도에서 30%, 의왕시에서 20%를 지원받았다. 경기 여주시 등은 선도사업에 선정된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최대 50%까지 지원해 준다.

반면 서울을 기반으로 한 햇빛발전협동조합은 별다른 지원을 받고 있지 않다.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 활성화 정책이 점점 축소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태양광 발전량 1kW당 100원씩 측정해 5년간 지원금을 주는 '서울형 햇빛발전 지원제도(이하 서울형 FIT)'를 작년부터 중단했다. 신규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서울형 FIT가 멈추면서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기후변화기금 융자지원도 함께 사라졌다.

서울시 에너지산업팀 관계자는 "FIT는 서울시만이 아니라 정부에서도 지원을 중단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2017년에 계획 세울 때부터 처음에는 태양광 보급 활성화를 위해 많이 지원하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지원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현재 햇빛발전협동조합을 포함한 민간 태양광 발전이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둥 위에 설치한 햇빛발전소를 설명하는 안병노 안양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시민들 의지 못 따라가는
기관들 의지? "정책 복구해야"


반면 김미현 우리동네햇빛발전 사무국장은 "기업 RE100 달성을 위해서라도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많아져야 하는데 서울시는 정책 자체를 중단해 햇빛발전소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태양광 보급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복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 비중을 낮추려는 원전 중심의 정책으로는 우리 미래가 암울하다"고 말했다.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강서양천햇빛발전)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천수 강서양천햇빛발전 이사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한화 같은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발전용량이 100kW 이하인 사업은 수익성이 없어서 추진하지 않는다. 옥상이나 지붕에 올리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은 민간 중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만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부지가 안 나온다. 작은 부지만 있으면 되는데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그조차 내주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강서양천햇빛발전은 현재 서울에너지공사 옥상 등에 햇빛발전소 4기를 세웠다.

정부나 지자체 외에 유휴부지 사용허가를 승인하는 기관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병노 의왕햇빛발전 사무국장은 "경기도나 지자체에선 열심히 지원해 주는데 수자원공사, 농촌진흥청 등 넓은 유휴부지를 갖고 있는 기관에서 잘 허가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태양광 발전할 때 공간 접근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데, 유휴부지는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땅이다. 각 지자체는 유휴부지 명단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정부는 금융지원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공공 유휴부지에 세운 태양광 발전. (사진 안양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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