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앙] 에너지협동조합,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자
2014-12-01

에너지협동조합,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은숙/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기획팀장 / 레디앙 2014년 10월 10일


시작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더 와 닿게 된 핵 발전의 위험성.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삶터와 일터를 빼앗는 부정의(不正義)에 대한 분노. 2012년 여름, 우리가 사는 서울 은평에서 뭐든 하자 싶어 은평지역 노동당(당시 진보신당), 녹색당 그리고 지역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은평시민연대’를 만들었다.


고리든 밀양이든 삼척이든 그곳에 자주 달려가 연대할 수 없지만, 은평지역에서 핵 발전의 위험성과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은평구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을 함께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탈핵 대중강좌를 시작으로 탈핵 캠페인을 함께 했다. 또한 지역축제에 참여해 주민들이 핵발전을 대신 할 재생가능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마당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연대조직이라는 것이 구체적 이슈와 일정이 있지 않는 한 지속적 사업을 펼치기 힘든 틀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은평구 에너지전환이라는 목표 속에 움직이고자 한다면 그 일에 집중하는 중심축이 필요했다. 모여 앉아 그를 위한 물적 토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논의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에너지협동조합’으로 이어졌다.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든다니, 참 설렜다. 떠돌이 전세 세입자라 태양광을 올릴 옥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처지, 게다가 북향인 집에 살다보니 베란다 형 미니 태양광마저 어려운 형편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농부가 되는 길이 열렸으니. 또한 지역에서 핵 발전의 위험성과 인식을 넓히고 핵 발전을 대체할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에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할 수 있다는 것, 그를 통해 ‘쟤네들은 맨날 반대만 해’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까지. 어찌 설레지 않았겠는가.


협동조합 참 쉽다? 누가 그래!

협동조합과 다른 지역의 햇빛발전소 사례 등에 대한 공부와 논의를 거쳐 2013년 3월 초동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은평의 노동당, 녹색당, 생태보전시민모임 그리고 두레생협, 살림의료생협의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한 달여 만에 99명의 발기인을 모았다. 그렇게 4월 19일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가뿐히 설립되었다.


누가 협동조합 만들기 쉽다고 했던가. 창립총회 이후 협동조합 설립신고, 법인등기, 사업자등록까지 뭐 하나 한 번에 되는 게 없었다. 묻는 것 외엔 알려주지 않아 서류를 해가면 다시 해오라고 하는 행정시스템. 덕분에 창립총회 후 넉 달 만에 다시 임시총회도 열었다. 결국 10월이 되어서야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협동조합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등기소, 세무서 공무원의 입장에선 협동조합도 그냥 기업일 뿐이었다. 그래서 협동조합 방식의 다른 행정서류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발의되어 무슨 혜택이라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심지어 기업과 똑같이 세금도 다 낸다. 그래서 첫 해 아무런 수입 없이도 우리는 세금만 1,084,680원을 납부했다.


빈 옥상 찾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에너지협동조합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보니 협동조합 등록 과정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경제적 차원의 기업, 즉 사업체로서 에너지협동조합은 발전소를 지어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에너지 관련 교육․강좌,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 등도 사업으로 잡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활동이지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아직까지는 아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해 잘 드는 건물의 옥상이 비어 있는 것을 보면 늘 아까웠건만 막상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공간을 물색하니 쉽지 않았다.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은 편이고 수익성을 고려해서 설치규모가 나오는 넓이, 건물 방향, 건물의 연식 등을 따지다 보니 참 어려웠다.


은평뿐 아니라 서울의 여러 햇빛발전협동조합도 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 그래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연합회 차원에서 서울시에 협조를 구했다.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과 협동조합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 서울시이기에 요청을 받아들여 대상 부지의 목록을 뽑아 공모를 진행했다.


그렇게 공모로 선정한 대상 부지가 은평소방서 옥상이었다. 업체 관계자를 불러 답사하니 설치용량은 30KW. 수익성을 고려하면 50KW면 좋지만 부지를 못 구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니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해당 위치는 발전소 건설 공사비와 별개로 생산된 전기를 한전 계통망으로 연결하는 비용이 700만원이 든다는 말에 추진을 접었다. 공사비의 10%를 차지하는 계통연계비로 수익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수색동의 은평공영차고지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곳으로 서울시에 공모 부지를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의 OK를 받고 11월 말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부지임대요금도 냈다.


드디어 발전소 공사에 들어가나 싶었더니 또 나타난 장애물. 그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이어서 인근 공군부대에 비행 시 태양광 판넬 반사각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군부대의 답변을 기다리며 또 다시 두 달을 잡아먹으며 해를 넘겼다.


첫 매출 962,896원

그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창립 후 11개월 만에, 올 3월 말 50KW “태양과바람 1호기”가 준공된 것이다. 1호기 준공과 함께 조합원 누구나 매일의 발전량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모니터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에너지협동조합 이사회 카톡방에 오늘은 전기가 얼마만큼 생산됐고 온실가스는 얼마나 감축됐는지 그래서 얼마를 벌었는지를 공유하며 즐거웠다. 물론 비오는 날엔 슬펐지만.


그리고 한 달 뒤, 첫 매출 전기 판매금 962,896원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그 기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 그 기쁨을 이어 은평공영차고지의 다른 건물에 또 49KW “태양과바람 2호기”를 7월 준공했다.


에너지협동조합이 조합원 교육과 지역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 상근자 한 명을 둘 수 있는 최소 단위가 200KW다. 200KW가 되어야 어느 정도 안정되기에 3호기, 4호기 대상 부지도 다시 찾아야 한다. 또한 2호기까지는 조합원 200여명의 힘과 약간의 저리 융자로 올렸지만 추가 발전소를 올리기 위해선 조합원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의 조합원 대부분은 정의로운 에너지에 대한 착한 마음,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수익성과 상관없이 함께 한 것이다. 여기서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필요하다.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한 일반시민들이 조합원으로 함께 하기는 쉽지 않으니.


자꾸 떨어지는 태양광 발전 수익

그런데 태양광 발전 수입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당초 계획으로는 50KW 한 기당 가동 후 5년차까지는 연 19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예상했다. 그런데 현재는 2기를 합쳐 그 정도 수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여건이 안 좋다.


원인은 정부 정책이다. 대형 화력발전소가 계속 증설되고 고장으로 가동 중단했던 핵발전소가 재가동 되면서 전체 전력 기본가격(SMP)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또한 기본 가격 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고파는 입찰시장이 에너지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발전사업자에게 불리한 구조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에너지협동조합의 낙찰률이 매주 저조하다. 은평도 두 번 입찰해 다 떨어졌다. 그래서 애초 계획과 다르게 태양광 발전 수익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정책 위주로 계속 화석연료 중심의 대형 발전소를 짓고 수명 다한 핵발전소를 연장 가동하는 한 재생가능 에너지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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